화서지몽

2017.8.25 - 9.30

​강 동 호

정리되지 않은 채 머리 안을 맴도는 이미지들을 캔버스 위로 끄집어낸다. 미리 정해진 의도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아이의 낙서처럼 하나의 이미지에 다른 이미지가 곧바로 이어지도록. 보다 더 마음껏, 거침없이 표현된 이미지들이 복잡하게 뒤섞이며 나열된다.

자유롭게 그려낸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이미지들이 하나의 그림이 되어 가며 연결되는 가운데 보이지 않는 어떤 질서가 나타난다. 명시적이고, 억압적인 일상의 질서와는 달리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부러 따를 수 없는, 그렇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따르고 있는 어떤 질서가. 낙서하듯 그려낸 이미지의 나열 속에 억압이 아닌 자유로운 질서와 그런 질서를 찾기 위한 흔적들이 캔버스 위에 기록된다.

 

 

보다 더 다듬어진 이미지와 만들어낸 이야기에 따른 이미지들의 정렬이 자유로운 질서와 그 흔적을 명료하게 담아내기 위해 시도된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는 이내 이미지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보다 더 확실하게 표현되었어야 할 자유로운 질서를 억압적인 일상의 질서로 뒤바꾼다.

 

 

일상의 질서는 사과(무엇)를 사과(무엇)라고 부르도록 만든 질서가 아니다. “모두가 사과를 사과라고 부르는 건 그렇게 부르도록 강요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부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렇게나 끄적거린 낙서가 하나의 그림이 되어가는 것 역시, 명시된 강요와 억압의 질서를 따랐기 때문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그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상의 질서 아래 다듬어지고 만들어진 이미지를 해방시키는 가운데 자유로운 질서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일상의 질서보다 더 본질적인 질서를 향한 열망은 스스로의 인간적인 열망마저 억압당하고, 통제당하는 우리 일상의 해방을 향한 열망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이미지의 해방과 그에 따른 자유로운 질서의 추구는 자연스럽게 캔버스 너머 우리의 일상을 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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