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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레 코드레

2018.3.5 - 3.30

​김 소 영

연기를 뿜어대는 공장들과 약간은 무서운 화물선들을 지나 크지도 작지도 않은 마을에 들어서면 양 손을 쫙 벌리면 닿을듯한 꼬불꼬불한 골목들 사이로 어린 시절 봤을 법한, 요즘 유행과는 거리가 한참은 떨어진 소소한 꽃들, 삐죽삐죽 제멋대로 고개를 내밀고 두서없이 자라난 풀들, 겨울의 끝자락 탓인지 쌀쌀한 매서운 봄바람에 휘청이는 꽤나 늙어 보이는 축 쳐진 그다지 푸르르지도 않지만 봄을 맞이하려고 꿈틀대며 나무들, 그리고 이들과 너무나 어울리는 시골스러운 빈 집..

시끌벅적한, 꽤나 질펀한 재미가 있을 사연들도, 꽤나 가슴 찡한 복잡한 수많은 사연들이 지나간 그런 곳이 있었다.

 

이 곳에 들어서면 나는 자연스럽게 현실과는 분리되어  마치 미지의 세계로 빨려드는 듯한 기분이 들곤 했다. 어떤 사연들이, 어떻게 새겨진 이야기들이 나로 하여금 이 곳을 그렇게 느끼게 한 것일까. 어쩌면 각 개인이 살아가는 것은 고만고만할 것이다.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지만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지만 또 다른 하루하루이기를 기대하며 수 많은 사람들이 얽히고 설켜 인연을 만들어 나가고 그 인연들이 만들어내는 사연들, 그 시간을 바라보았던 집, 마을의 나무, 꽃, 들풀, 그 공간. 사람들은 각각의 사연들을 잊어가지만 이들은 그 사연들을 각자의 시선대로 계속해서 기억하고 담아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 사연 하나하나를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상상해 본다. 그리고 물자들이 넘쳐나고 들고 나던 사람들이 넘쳐나던 시간을 거치며 번성의 시간을 지나며 이제야 보이기 시작하는 조명받지 못했던 각 개인의 삶들이 얼기설기 얽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시간의 풍랑 앞에 각자의 방식으로 변화해 가며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사람들이 오고 가는 동안 사라지고 잊혀져  온전하지 못한 끓는 우리가 있다. 그래서 나는 삶이 굴곡을 넘고 먼지가 끼고 눈비를 맞으며 남아 있는 것들에 연민(憐憫)을 가지게 된다.

모든 아름다움에는 필연적으로 베일과 가림에 의존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수 많은 익명의 사람들이 직접된 특징없는 흔적과 꿈틀대는 인간의 욕망과 생명력이 뒤엉켜 부서지고 사라져 가는 공간들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인식하는 것 중에는 어쩌면 모든 것을 알지 못하게 “적당히” 가리워 졌거나 혹은 잊혀지거나 사라져 버릴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사라지고 잊혀져서 또 다시 무언가가 자연스럽게 생겨날 가능성 그리고 앞으로 또 사라져 갈 수 많은 사연들과 그 속에 꿈틀대었을 것들에 대해서가 아닐까.

우리는 일상 속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낀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이들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놓치는 중요한 것들을, 잊혀지고 사라질 것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란다.

LJA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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